코인 리딩방 취재를 하며 인상적이었던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투더문(To the moon)'이다. 우리말로는 '달까지'로 해석되는 이 용어는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코인이 급등하길 염원하며 쓰는 말이다. 하늘로 솟구쳐 '달까지' 닿는 우주선에 코인을 빗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현실은 염원과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코인 시장의 현실은 우주선보다는 롤러코스터에 가깝다. 코인은 가치를 판단할 기준이 불명확해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데도 주식처럼 등락 폭의 상하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 수백에서 수천퍼센트까지 폭등·폭락이 가능하다. 상장 코인의 가치나 상장가를 결정하는 권한이 당사자인 코인 재단에 있다는 점도 혼란을 더하는 부분이다. 현재로선 코인이 상장 직후 10만% 넘게 올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무법지대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 당국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코인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로 규정짓고 정부는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투자자들도 이 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기자가 취재를 하며 만난 투자자들은 “수백만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주식처럼 제대로 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순간의 선택에 희비가 엇갈린다”, “매수·매도 버튼을 누를 때마다 도박하는 기분이라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투자자들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애들'로 표현했지만, 사실 코인 시장의 비정상성을 가장 잘 알고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투자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투더문!”을 외치며 코인에 탑승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이 타고 있는 코인이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우주선일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기자가 만난 투자자들은 공장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사회 초년생, 초임 공무원, 아르바이트생 등 경제적 약자가 대부분이었다. 코인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을 때 이들은 하나같이 “월급으로 집을 사긴 글렀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어느 투자자의 “지금이 아니면 영영 중산층으로 계층을 올라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푸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들에게 '달'은 코인의 폭등을 의미함과 동시에 집을 가진 중산층으로의 이상향이었던 셈이다.
과거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다리로 오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계층 간 격차가 이제는 체감상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졌다. 청년들은 코인이 그 달에 닿아보고자 떠오르고 있는 우주선일지, 추락하는 롤러코스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자산을 밀어넣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믿었던 유일한 돌파구마저 닫혀버릴 때다. 올 4월 8,000만원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20일 새벽 한때 4,500만원 아래로 폭락했다. 알트코인들 역시 일제히 하락을 의미하는 푸른빛을 띠었다. 일각에선 코인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잘못된 길을 가는 애들에겐 어른들이 얘기를 해줘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코인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