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흉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23)의 신상정보가 14일 공개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당초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이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가 이를 실행하지 못하자, 무관한 학생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의 얼굴 사진과 생년월일 등을 청 누리집에 게시했다. 공개된 사진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체포 당시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을 위해 촬영하는 이른바 머그샷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장윤기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으나, 장윤기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관련 절차에 따라 닷새간 유예기간을 둔 뒤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장윤기는 2002년생으로 만 23세이며, 체포 당시 직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에서 흉악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신상정보를 공개한 장윤기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장윤기는 신상정보 공개 약 45분 뒤인 오전 7시 45분께 광주 서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검은 점퍼에 달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던 장윤기는 이날 별다른 가림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서 정문 앞에서 호송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고개를 든 채 포토라인 밖에 모인 취재진을 10초가량 응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 ‘계획범죄 아니냐’, ‘증거인멸을 왜 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동하던 장윤기는 “죄송합니다”라고 한 차례 더 말한 뒤 호송차에 올라탔다.
장윤기는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이 드문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 여학생(17)을 살해하고, 다른 학교 남학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남학생은 사건 발생 시각 근처를 지나던 중 여성의 비명을 듣고 도움을 주려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외국인 여성(20대)을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이 여성으로부터 스토킹 가해자로 112 신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신고는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않고 종결됐으나, 이성적 호감을 일방적으로 표시해왔던 장윤기는 이에 강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이후 여성이 타지역으로 떠나자 장윤기는 이틀간 거리를 배회했고, 결국 홀로 귀가하던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장윤기와 피해 학생들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보고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했다. 그러나 행적 재구성, 프로파일러 면담, 스마트폰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 전후 정황을 확인한 결과, 장윤기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으로 노린 사건이라기보다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가 무관한 약자에게 옮겨간 ‘분노범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장윤기가 애초 범행 목적을 뚜렷하게 갖고 있었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나름의 계획성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외국인 여성의 별건 고소로 수사가 착수된 성폭행 혐의, 112 신고 직전 이뤄진 손찌검 등 스토킹과 연결된 사건들에서도 관계성 범죄의 고위험 징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윤기는 수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나이 어린 학생이 도심 거리에서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신상정보 공개 결정 이후에는 공식 공개 전부터 장윤기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내용의 수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