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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재로 보는 우리 역사]주로 가마나 고기잡이배 타고 다녀 다산 정약용 춘천 여행 글씨 남겨

42. 조선시대 선비들의 여행 필수품 문방구류

◇위부터 여행용 문방구류 등 조선 선비들의 여행 채비,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소장.남여(籃輿),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산수 유람은 문기(文氣)를 함양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성리학자들에게 좋은 산수는 세상의 이치를 구하기 위한 장(場)이었다. 대개 문인이자 동시에 성리학자였던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절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중요한 자기 성장의 계기로 생각됐다. 여행을 떠날 때는 하루 평균 90~100리를 갔다. 보통 말을 타고 다녔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덮개가 없는 의자형의 가마인 남여(藍輿)를 탔다. 물길을 이용할 때는 고기잡이배를 구해 작은 집처럼 꾸며 행장(行裝)을 넣어 떠나기도 했다.

특히 강원도 곳곳은 문인들에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년)은 1823년 4월에 북한강을 따라 춘천에 갔었는데, 이때 배에 꾸민 작은 공간의 문 주위에 '산수록재(山水綠齋·산과 물이 푸르른 집)', '부가범택(浮家汎宅·물에 떠 있는 집)', '수숙풍찬(水宿風餐·물 위에서 자고 바람 속에서 먹네)' 등의 글씨를 써 붙여 여행길에서의 풍류를 더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여행지에서의 기록과 감상, 지인들에게 보낼 편지 등을 쓰기 위해 종이와 붓, 작은 벼루(행연·行硯), 먹통 등의 문방용품을 반드시 가지고 갔다. 선비들이 챙겨 갔던 또 다른 여행 필수품에는 각종 책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黃胤錫·1729~1791년)의 일기 '이재난고'에는 26회의 여행기가 수록돼 있는데, 이때 준비해 간 책들을 보면, '사서(四書)' 등 경전, 중국 두보(杜甫·712~770년)의 시집인 '두율(杜律)'과 '송율(宋律)', '명율(明律)' 등 중국의 시집, 시를 지을 때 필요한 '운서(韻書)', 중국 한대(漢代)의 저서로 우주만물의 근원을 탐구한 '태현경(太玄經)'까지 다양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선배 문인들이 남겼던 여러 권의 유산기(遊山記·기행문)를 읽는 것은 여행 준비의 일상적인 과정이었다.

<이혜경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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