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봉지에 밥·국·반찬 담겨
한파에도 100인분 금세 동나
일부 음식 부족 빈손 귀가도
어르신들 “급식소 열었으면”
5일 오전 10시 춘천시 온의동 춘천남부노인복지관 무료급식소 앞.
올해 첫 절기로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 아침 어두운 색상에 모자 달린 점퍼를 입은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섭게 몰아치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차갑게 굳은 손을 호호 불며 기다리던 노인들은 음식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포장식품과 밥, 미역국, 콩자반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받아든 이들은 직원들에게 눈인사를 한 뒤 이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식당이 폐쇄되고 포장 배급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은 코로나19의 종식을 간절히 바랐다. 이날 가장 먼저 급식소를 찾은 A(87·소양로)씨는 “예전엔 이곳에서 서로 사는 얘기를 나누며 격려도 해 줘서 좋았는데 거의 1년간 포장음식만 받고 돌아오니 씁쓸하다”며 “빨리 치료제나 백신이 나와서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휠체어를 타고 찾아온 B(88·온의동)씨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람 만나러 오는건데 음식만 받아서 돌아가면 차가운 집에서 먹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면서 “치료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제발 급식소 문부터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물끄러미 잠겨있는 복지관 식당을 바라봤다.
이날 100인분의 포장음식은 1시간여 만에 모두 배분됐다.
음식을 나눠주던 한 직원은 “가끔 지원 대상자가 아닌 분들을 위해 대리수령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운 시기여서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려워 일부 여분을 준비하지만 그마저도 떨어져 못받아가는 분들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부디 올봄이 되기 전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 내 18개 시·군은 지난 4일부터 올해 무료급식(포장 배급)과 식사·반찬 배달사업을 일제히 재개했다. 춘천의 경우 890명, 원주는 1,000명, 강릉은 530명 등 도내에서 총 1만여명이 이러한 급식·배달사업에 의지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입된 예산 규모만 총 80억원에 달한다.
이무헌기자·지방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