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전등으로 작품 비춰 관람
현직광부가 남긴 광산 기록
전시 관람객이 손전등을 들고 갱도를 들어가듯 관람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강원도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전제훈 사진작가는 현직 광부로 자신의 삶을 의지해 온 텃밭인 '갱도'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갱도는 어둡고, 위험하다. 광부들은 항상 탄광에 들어서며 생명을 담보로 임한다. 손전등으로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비춰보며 그 곳에서 일하는 광부의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전시관 옆에는 검은 장화와 검정 석탄들이 놓여 있어 작품 속 인물들은 마치 막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한때 호황이었던 탄광 사업은 시대적 흐름과 정부의 정책 변화로 완전히 소멸될 예정이다. 석탄이 바닥나기 전 탄광은 모두 문을 닫을 것이고, 암흑에 싸인 광산 안의 삶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기록하는 광산 안의 삶은 매우 솔직하다. 동료 광부들이 옷을 벗고, 밥을 먹고, 작은 불빛에 의존해 앞으로 나아가며, 때로는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가파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여전히 그 터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터전이지만 묵묵히 오늘을 일궈가는 '사람'의 기록이 담겼다.
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