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mm 쏟아지며 마을 초토화…주민 "1996년 수해 악몽 떠올라"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 침수…농작물도 다 갈아엎어야
“악몽과도 같았던 1996년 물난리가 생각날 정도로 밤새 무섭게 퍼부었어요.”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마을 표지석이 서 있는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는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2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동이 트자 마을 곳곳을 할퀴고 쓸어버린 폭우의 흔적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77)씨는 “3일 새벽 1시30분부터 물이 들어차기 시작해 아랫마을로 급히 대피했다”며 “무서울 정도로 물이 차오르자 마을을 초토화시켰던 1996년 수해 당시의 악몽이 스쳐 지나갔다”며 대피 순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또 다른 주민 조모(77)씨는 간밤의 난리를 떠올리면서 몸서리를 쳤다. 새벽 2시께 이웃의 도움으로 무사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펜션에서 단잠을 자던 관광객들도 비가 들어차자 황급히 대피했다.
마을 주민들은 물이 빠지기 시작한 이날 오전부터 집 안을 뒤덮은 흙탕물을 빼내는 한편 마을 곳곳에 쏟아져내린 토사를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설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많은 지역인 만큼 침수 피해도 컸다. 10여년간 들깨 등을 재배해 온 이모(66)씨는 “농작물을 다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민통선 아래 마을인 생창리에 자리한 DMZ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에도 물이 들어차 사무실과 강당 등이 침수됐다.
아니라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한 아파트단지는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벽돌이 차량 5대를 덮쳤다. 철원지역은 이틀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도로, 하천, 주택, 시설물 등 모두 32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철원군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복구작업에 나섰다.
육군 3사단도 이날 오전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생창리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군장병과 살수차 2대를 투입해 복구작업을 펼쳤다.
철원=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