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첫확진자 학생
비난에 대한 두려움
역사회 격려·위로
어려움 함께 이겨내
7개월 넘게 코로나19 청정지대를 유지하던 태백에서도 지난 1일 밤 9시30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평균 해발 900m 이상의 높은 고지에 사는 시민들은 청정한 자연환경 덕에 여타 지역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숫자 1이 주는 두려움은 작은 도시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태백시와 태백교육지원청은 신속하게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다음 날 '밀접접촉자'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부분 학생과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으며 14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태백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접촉자에 대한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신속하고 냉정하게 대응한 덕분에 700여명에 달하는 접촉자의 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와 안도할 수 있었다. 다음 문제는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처해 있는 학생과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학교구성원의 나눔과 배려로 교육활동을 큰 불편 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엔 확진자 학생과 가족이 걱정됐다.
매일 아이의 아버지와 통화를 반복했다.확진자 학생의 아버지는 며칠 동안이나 울먹이며 통화를 이어 갔다.
첫 번째라는 이유로 슈퍼 전파자로 매도되진 않을까, 아이는 또 얼마나 공포스럽고 불안할까, 자라면서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을까, 부모는 매일 걱정했다. 그래서 부모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가 너무나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반전이 생기기 시작했다. 태백시민들의 진정한 관심이었다. 태백시민들은 무조건적인 비난과 욕설 대신 내 아이, 내 손자, 내 친구라는 마음으로 이 가족에게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시청과 보건소의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와 평소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뛰어난 대응 의식으로 추가 감염이 없었다고 생각된다”고 운을 띄운 아이의 아버지는 “여러 매체에서 비난보다는 딸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댓글을 보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보다 더 큰 미안함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힘든 상황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준 아이의 학교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따듯한 격려의 말, 둘째 아이의 재검사 때 딸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응급차 대신 기꺼이 자기 차량을 이용해 검사를 받게 해 준 보건소 주무관, 딸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가족을 잘 돌보라고 각종 격려의 문자를 보내고 필요한 물품을 배달해 준 시청 직원들, 아이를 위해 몸보신하라며 아파트 앞까지 직접 반찬과 삼계탕을 가져다준 대풍삼계탕 사장님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남을 돕고 배려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며 “진심으로 태백시민들과 동료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아이들이 회복한 후 몸과 마음에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다시 한번 태백시민과 방역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거듭 밝혔다.
14세기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 30~40%가 사망하는 결과를 냈다. 당시 많은 유대인이 핍박을 당했는데 유럽 시민 모두가 흑사병으로 죽어 나가는데 유대인들만 전염되지 않아 유대인이 이 병을 퍼뜨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유대인 대학살과 혐오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병리학자들은 유독 유대인이 흑사병에 강했던 이유를 매우 단순하게 밝혔다. 율법적으로 손을 자주 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태백을 지킬 수 있는 백신은 어려울 때 함께 걱정하며 나눔을 실천한 태백시민의 율법, 시민의식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