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 집중호우 이길리·정연리 21년만에 또 수해 악몽
대마리·율이리 440명도 대피령…소양강댐 3년만에 수문 개방
도내 농경지 149.8㏊ 피해…내일까지 300㎜ 더 쏟아져
닷새 동안 700㎜에 육박하는 물폭탄으로 철원 한탄강이 범람하며 4개 마을이 물에 잠기고 72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도 이날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수문을 열었다.
5일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와 갈말읍 정연리, 동막리, 김화읍 생창리 등 4개 마을은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온 마을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한탄대교 기준 심각단계 수위 11.3m보다 2m가 넘게 차오른 강물이 집 안까지 밀려들어 오자 주민들은 인근 오덕초교와 복지회관, 읍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대피 인원은 생창리 40가구 50명, 이길리 25가구 40명, 정연리 37가구 73명, 동막리 24명이다. 이 가운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인근 야산 등 높은 지대로 몸을 피했다. 또 이 일대 주둔 군장병들도 안전지대로 이동했고,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대피장소를 돌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범람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길리와 정연리 마을은 1996년과 1999년에도 물난리를 겪었다. 정연리는 연이은 수해로 마을 전체가 고지대로 집단 이주까지 했던 지역이다.
한탄강에 이어 임진강 지류 하천의 추가 범람 우려로 철원군은 이날 오후 철원읍 율이리와 대마리 주민 200여가구 440여명의 주민에게 철원초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달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임진강 지류인 용강천 범람 우려때문이다.
K-water 소양강지사는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소양강댐 수문을 개방했다. 홍수기 제한수위인 190.3m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자정까지 이뤄질 이번 방류로 한강 수위도 1~2m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까지 도내 강수량은 철원군 장흥리가 675㎜로 가장 많다. 춘천, 화천, 인제 등 영서지역 다른 시군들도 대부분 최대 400㎜를 훌쩍 넘겼다.
이로 인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주택 55개 동이 전파나 반파, 또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은 총 49세대 96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철원지역 대피주민 632명도 이재민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경지 유실과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신고 접수된 농경지 피해 면적은 철원 59.3㏊를 비롯해 강원도 전체는 149.8㏊가 넘었다.
지난 3일 홍천에서 급류에 휩쓸렸던 최모씨가 이날 오후 3시1분께 숨진채 발견됐다. 태백선과 영동선 철도도 당분간 운행 중단 상태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철도(코레일)는 “6일 첫차부터 정상운행을 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폭우로 선로에 토사가 추가로 유입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운행 재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영동선 동해∼강릉 구간은 정상 운행한다.
기상청은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집중호우가 7일까지 이어지며 최고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김대호·이무헌기자